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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지텍 블루투스 키보드 K811. 사용후기. 본문
키보드를 샀습니다. '맥에 쓸만한 키보드 추천해주세요!' 라고 물으면 늘 이름이 언급되고는 하는 K811을 어떻게 중고로 구해서 데려왔습니다. 네. 지금은 단종된 로지텍의 블루투스 키보드 K811이 맞습니다. 당연하지만 이 글 또한 그 K811로 작성중에 있습니다. 후기를 쓰면서도 이렇게 두근거리는 물건은 또 오랫만이네요. 즐거운 타이핑과 함께 글 시작합니다.
[왜 샀는가]
1. K380의 상태가 이상했기 때문입니다. 멀티페어링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1번에 Mac 2번에 iPad 3번에 Windows(부트캠프)를 연결해놨는데, 잘 되다가 7개월차부터 갑자기 이게 안 되더라구요. 매번 사용할때마다 기기를 삭제하고 다시 연결했어야 했습니다. 그렇게 쓴지 1년이 넘었는데 더이상은 못버티겠다 싶어 키보드를 바꾸게 되었습니다.
2. K811에 대한 사람들의 많은 호평. 궁금했습니다. 도대체 어느 정도인가. 보면 마감도 수준급이고 키감도 좋다고 하는데 얼마나 좋길래 사람들이 '이거 단종 왜 시켰냐' '후속작 안 나오는가' 묻는지 궁금했거든요. K380에 나름 만족하고 있던 저는 호기심이 동했고 그래서 사버렸습니다. 그래서 어떤지는...아래에서 이야기해봅시다.
3.백라이트. 백라이트가 되는 키보드가 필요했습니다. 밤에 아이맥 화면 불빛으로 키보드를 보면서 원하는 키를 찾기 위해 손가락을 더듬거리는게 썩 편하지는 않았거든요. 그런데 그런 물건이...없는건 아니지만 제 마음에 쏙 드는 물건이 또 없더군요. 언젠가 버터플라이 키보드 + 백라이트가 적용된 매직키보드가 나온다고 했는데 도무지 나올 기미가 안 보여 K811을 택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어떤가]
1. 기본기가 훌륭합니다. 일단 키감부터. 키감이라는게 사람마다 타이핑 방법 취향 등등이 다 갈리기 때문에 객관적인 내용은 아니겠지만...매직키보드는 가볍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고, K380은 깊이가 아쉬운데(아무래도 보강판이 있으니) K811은 그런게 없습니다. '어라?' 할 정도로 깊이 들어가고 기분좋게 튕겨나옵니다. 팬터그래프 키보드를 여럿 써보았지만 이만치 훌륭한 키감의 키보드를 써본적이 없습니다.
또한 K811은 매직키보드와 거의 동일한 레이아웃을 가지고 있습니다. 무슨 소리인가 하면 맥용 키보드는 왼쪽 cmd, 스페이스바 경계선이 X와 C키 사이에 있는게 중요합니다. 이게 다르면 손가락이 꼬입니다. 그런데 K811은 이걸 완벽하게 충족합니다. cmd 버튼이나 opt 버튼을 찾기 위해 헤메지 않아도 됩니다. 별도의 적응시간을 가질 필요 없이 바로 필드에 투입 가능합니다.
물론 다른 점도 있습니다. F1~F12키의 기능이 좀 다릅니다. 매직키보드의 F1~F2가 화면밝기라면 K811은 이게 페어링 전환과 관련이 있는 키로 할당되어 있습니다. 그렇다고 K811로 화면밝기 조정을 못 하는건 아니라서(F6, F7에 화면밝기가 할당되어 있습니다) 괜찮습니다. 이 외에도 몇개 다른게 있긴 한데...펑션키를 그렇게 자주 쓰는게 아니라서 괜찮습니다.
별개의 내용이지만 K811로 타이핑을 하면서 느낀 점은 K380도 좋은 키보드라는 겁니다. K380의 가격대(3만원대)를 생각하면 K380만한 물건이 없어요. 디자인이 마음에 안 든다 로지텍을 못 믿겠다 하는게 아니고 명확히 뭘 사야할지 모르겠다 하면 그냥 K380 사도 됩니다. 그만큼 K380도 충분히 쓸만한 좋은 키보드에요.
2. 마감이 훌륭합니다. 이건 후속작에 해당하는 K380과 비교하면 K811에게 미안할 수준입니다. 알루미늄과 플라스틱으로 구성되어있는데 단차도 없고 거칠지도 않습니다. 사실 가격을 생각하면 이만치 하긴 해야하는데...돈값 못하는 그런 물건들 많잖아요. 이건 아닙니다. 매직키보드와 비교해도 아쉬운게 없습니다. 과하지 않은 투톤마감에 모서리도 날카롭지 않게 잘 다듬어져 있습니다.
3. 백라이트는 역시 좋습니다. 노트북을 몇년 쓰다보니 키보드 백라이트에 너무나 익숙해졌는데, 매직키보드는 그 백라이트가 없어서 많이 아쉬웠거든요. 그런데 K811은 유선 기계식 키보드도 아닌데 백라이트가 있습니다. 이건 예쁘고 유용합니다. 게다가 이게 참 감성적이기도 한게, 키보드 안 쓸때는 스르륵 꺼지다가 키보드 위에 손 올리거나 뭐 누르면 뿅 하고 밝아지면서 대기합니다. 배터리가 금방금방 떨어진다고는 하지만 어디 들고나갈거 아니고 집에서 시즈모드로 쓸거라 괜찮습니다. 그리고 이 감성을 어떻게 포기해!
4. 키보드가 좀 낮습니다. 높이조절 대책을 별도로 세워놓던가 해야겠어요. 맨 처음에는 '왜 이렇게 낮지' 하면서 좀 신경쓰였을 정도입니다. 지금은 적응이 좀 됬지만 조금 더 높으면 좋겠습니다. 블루투스 키보드 중에서도 그런걸 넣어주는게 있거든요. 아니 당장 생각해봐도 17년에 썼던 9,900원 코시 블루투스 키보드에도 있었습니다. 이건 좀 아쉽네요.
5. 영문키보드는 처음입니다. 너무 깔끔합니다. 한글각인이 없어서 어쩌나 좀 걱정했어요. 키보드 안 보고 치는 반독수리 타법이라 가끔 키보드를 볼 때가 있거든요. 그런데 불편한적이 한번도 없었고 그냥 보기 좋기만 합니다. 왜 사람들이 영문키보드를 찾는지 살짝 알것 같습니다. 영문키보드가 K811만의 장점은 아니지만 전 처음 써보는 영문키보드기 때문에...
[결론]
짧게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도대체 이건 왜 단종된건가?'
그냥 좋은건 다 때려박은 키보드입니다. 인생키보드를 드디어 찾은 기분이에요. 가능하면 하나 더 구해서 스페어로 쓰고 싶을 정도입니다. 쫀쫀한 키감, 깔끔한 마감, 은은하게 숨쉬는듯한 백라이트, 그리고 영문키보드의 군더더기없는 부분까지. 이걸 왜 여태까지 안 샀나 하면서 스스로에게 많은 반성을 하고 있습니다.
두고두고 써야겠습니다. 사실 이거 말고 바밀로 매화 키보드(적축)을 살까 했는데, 뽐이 확 죽어버렸네요.
[좋은 점]
깊이감있는 키감.
매력적인 키보드 마감. 기왕이면 예쁜게 낫죠.
예쁘고유용하고감성적인...백라이트.
멀티페어링.
살짝 오목하게 들어가있는 각 키(손이 착착 감김)
매직키보드와 동일한 키배치.
[신경쓰이는 점]
키보드의 낮은 높이.
기스에 취약해보이는 상단 플라스틱 부분. 예쁘니까 괜찮지만...
정말 충전만 가능한 상단 포트. 매직키보드처럼 유선연결도 지원되는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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