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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현 Re:Master 후기.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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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현 Re:Master 후기.

화미레 2020. 8. 19. 02:04

본 글의 내용에는 몽현 Re:Master의 강력한 스포일러 및, 몽현 Re:After의 스포일러도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민감하신 분은 게임 클리어 후 읽으시는 것을 권장합니다.

 

몽현 Re:Master 오프닝 중.

 사실 몽현 Re:Master(이하 몽현)을 클리어한건 꽤 됬습니다. 보자. 8월 3일날 클리어했으니 대충 보름정도가 지났군요,. 마스터업이었던 7월 30일까지 기다린 보람이 있던 작품이었습니다. 물론 그 결론에 도달하기까지는 꽤...네. 여러 번의 충격을 받았습니다. 게임의 장르인 '반짝☆포근 GL 게임 개발사 어드벤쳐' 가 정말 맞는지 의심스러운 때도 있었습니다. 도대체 여기서 어디가 반짝거리고 포근한 것인가.

 

몽현의 주인공인 '오오토리 아이'. 나나 루트를 제외한 모든 루트는 아이의 시점에서 진행됩니다.

 충격을 먹은 원인을 곰곰히 생각해봤습니다. 주인공인 '오오토리 아이'가 원인였습니다. 아이와 연결된 히로인들은 모두 두 가지의 엔딩을 맺습니다. 굿 엔딩과 배드 엔딩으로 나누어지는데요. 배드 엔딩은 아이의 모성애 덕분에 벌어지는 뒤틀린 행복을 다루고 있고, 굿 엔딩은...아이가 조금 엄해진 뒤 그로 인해 좋은 엔딩을 맺는 것으로 이루어집니다. 꽤 어리둥절한 이야기지만 게임을 클리어 해 보신 분들은 이해하실 수 있을 겁니다. 

 

처음에는 비호감 캐릭터 빨리 끝내자 하고 시작한 '무겐도 사키'였지만, 가장 만족스러웠던 이야기었습니다.

 그 어리둥절한 이야기는, 몽현을 하면서 인상적이었던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짚고 넘어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첫 번째 인상적인 부분은...몽현의 배경이 되는 주요 장소는 게임 개발사인 '유레카 소프트'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창작에 대해 꽤 여러가지 생각을 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사키 루트를 진행하면서 그런 생각이 자주 들었는데, 디렉터와 크리에이터 중 어느 쪽이 옳은가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볼 수 있었고, '게임의 완성'이란 무엇인가? 에 대해서도 고민을 하게 만들엇습니다. 납기일에 맞춘 게임이 완성된 게임이라 할 수 있는가. 아니면 창작자들이 전력을 다해서 만든 것이 완성된 게임이라 할 수 있는가. 등이요.

 

 사키 루트에 대해서 조금 더 이야기하자면 디렉터인 코코로, 그와 대비되는 크리에이터인 사키. 이 둘중 누구의 말에 더 공감하느냐에 따라 평가가 극명하게 갈릴 수 있던 스토리였습니다. 중간에 코코로가 선을 많이 넘기긴 하지만, 사회 초년생이었던 코코로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 하는 것도 아니었고요. 무튼 사키 루트 내내 사키와 코코로는 충돌하게 됩니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엔딩을 보여주었던 '마리 말러'의 이야기었습니다. 

 두 번째 인상깊었던 점은 UI에 대한 빠른 이해가 스토리 예측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마리 루트가 그랬습니다. 저도 거의 다 와서 알았는데...몇몇 신경쓰이는 부분을 되짚어보면서 찬찬히 살펴보니 '진짜 잘 만들었는데, 상상도 못 했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잠시 마리 루트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면...UI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문맥. 단어 흐름을 놓치지 않아야 했어요. Fin 볼때까지 방심할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야기가 착실하지 못했고, 마지막에는 해설로 적당히 무마하려는 느낌도 강하게 들었습니다.

 

바나나 메이드 '타치바나 나나'. 하지만 게임을 다 클리어하기 전까지는 바나나 대신 고구마가 생각났습니다. 심지어 After에서도요!

 세 번째 인상적인 부분은...어리둥절한 부분에 대해서인데요. 배드 엔딩과 굿 엔딩 모두 사실 해피엔딩이라 생각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일단 굿 엔딩은 당연히 해피엔딩입니다. 그것도 모두의 인정을 받는 해피엔딩이요. 그런데 배드 엔딩은...오직 두 사람만의 이야기입니다. 다른 인물의 시선을 배제하고 오직 두 사람과의 관계만 두고 본다면, 해피엔딩이라 볼 수 있는 여지가 분명 있었습니다.

 

사키 루트: 사키는 책임에서 벗어나 모든 것을 아이에게 의존하면서 행복을 느끼게 됩니다. 아이는 그런 사키를 돌보며 행복을 느낍니다. 

마리 루트: 아이는 마리를 살리고 행복하게 사망합니다. 마리는 아이가 좋아하던 그림을 통해 아이를 곁에 둘 수 있게 됩니다.

나나 루트: 나나는 자신이 의존할 수 있는 장소를 찾게 됩니다. 아이는 가장 사랑하는 나나를 통해 자신의 소유욕을 영원히 충족하게 됩니다. 

코코로 루트: 동생과 언니는, 이 세상에서 이루지 못 한 행복을 찾으러 같이 떠나게 됩니다.

 

 사키의 엔딩을 보고 나서 충격을 먹었고, 마리 루트는 게임을 다 깬 지금도 생각하면 소름이 돋습니다. 나나 루트는 아이의 뒤틀린 모성애를 볼 수 있었으며 코코로 루트는...차라리 앞의 세 루트에 비하면 차라리 현실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엔딩들이 모두 형태와 내용이 조금씩 다른, 오직 두 사람만의 해피엔딩이라 생각하면...어이가 없지만 납득하게 되더군요. 

 

게임의 제목인 '몽현 Re:Master'의 의미는 '야나기야 코코로' 루트 진행 중 알게 됩니다. 감탄했습니다. 근데 코코로 잠옷 너무 귀엽지 않나요?

 네 번째 인상적이었던 부분. 게임이기에 가능했던 여러 설정들입니다. 여자만 있는 세계관 - 남자가 아예 없습니다 - 이라는 점. 작중 핵심 키워드가 되는 '니에마녀'와 주인공 자매(오오토리 아이&야나기야 코코로)의 관계. 그리고 코코로 루트에서 그것이 해결되는 과정까지...다른 캐릭터들의 루트에 비해 코코로 루트는 리얼리티를 꽤 내다버린 이야기였지만 그걸 납득할 수 있게 잘 만들어놨습니다. 니에마녀를 플레이해보고 싶다는 생각까지도 들었네요.

 

코코로 루트 해금이 되면 메인화면이 바뀝니다. 자세히 보면 코코로 루트의 핵심 키워드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 외 이야기는...캐릭터 보이스를 시스템 사운드로 만든 것은 참 좋았습니다. 로그 넘길때 슝슝슝슝슝 듣는것도 재미있었어요. 공통루트가 좀 길다는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일본아마존 리뷰에서도 이걸 언급하더라고요. 첫 선택지에서부터 루트가 확 갈리다보니 더더욱 그렇습니다. 덕분에 몇 번이나 트라이하다가 공략을 봐버렸습니다. 어려워요 이거...

 

후일담에 해당하는 몽현 Re:After. 치사량급의 달달함을 보여줬습니다.

  몽현 Re:After에 대해서도 잠깐 짚고 넘어가자면...호노카 및 바나코와의 이야기가...네. 코가도 스튜디오가 이런 회사구나...싶었습니다. 도대체 아이와 바나코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말을 아끼겠습니다. 무튼 후일담이다 보니 머리비우고 하기 참 좋았어요. 그래도 나나 루트는 다시 하고싶지 않습니다. 하나 더, Re:After는 제값주고 사기는 아까울거 같아요.

 

몽현 Re:Master & 몽현 Re:After 합해서 대략 30시간 이상 플레이타임이 나왔습니다만...

 번들팩, 나아가 한정판의 가성비가 꽤 좋았습니다. 특히 팬북은...게임을 즐겁게 했다면 반드시 읽어봐야 하는 필구템이었어요. 개인적으로는 Re:After보다 팬북을 더 권장하고 싶습니다. 스포일러에 민감하다면 무조건 게임을 깨고 읽어야 하는 내용이기도 했고요. 한편 게임 소프트웨어를 스토어에서 개별구매하는건...Re:After는 가격에 비해 분량이 너무 짧습니다. 별로 추천하고싶지는 않군요. 번들 팩을 사시는게 좋을 겁니다.

 

 그래서 어떤가. 백합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선택지가 없습니다. 사야 합니다. 그런데 텍스트 어드벤쳐에 대해 잘 모르거나 백합에 거부감이 있거나, 현실성이 가득한 스토리를 찾는 사람에게는 추천하고싶지 않습니다. 저는 백합을 좋아하고, 게임 장르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고 - 애초에 덕질 입문이 소노하나였으니 - 스토리는 재미있으면 그만! 이라는 느낌이라서요. 물론 설정은 잘 유지해야겠지만.

 

 이상입니다. 이만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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