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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카메라. PENTAX ME SUPER 구입.

화미레 2022. 8. 24. 22:55

PENTAX ME SUPER. 한국에서는 미슈퍼/미수퍼라고 하면 대충 알아듣더라...

필름카메라를 구입했습니다.


 바디는 펜탁스 ME SUPER. 렌즈는 SMC Pentax-M 50mm 1:1.4. 바디는 1979년 처음 출시되어 1984년까지 판매된 펜탁스의 M 기종으로, 1/2000의 고속셔터 지원 및 조리개 우선 모드의 존재. 작고 가벼운 것이 특징인 바디에요. 이 무게가 꽤 중요한데 445g인 펜탁스 ME SUPER(이하 미슈퍼)는 전 버전인 ME보다는 140g이 가볍고, 입문용으로 많이 추천되는 펜탁스 MX가 495g, 미놀타 X-700이 516g, 니콘 FM2가 546g, 캐논 AE-1이 590g인걸 감안하면 미슈퍼가 얼마나 가벼운지 체감이 될 겁니다. 아니 당장 제가 쓰는 X-S10이 배터리 및 메모리까지 해서 무게가 465g이 나오니 -_-;

 사실 원래는 미슈퍼를 사려던게 아니었어요. 이게 사연이 좀 긴데, 차근차근 이야기해볼게요.

아래: 펜탁스 ME SUPER / 위: 후지필름 X-S10

 후지필름의 미러리스를 사용하면서 필름사진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필름사진 느낌을 내기 위해 라룸을 쓰면서 필름룩 프리셋을 건드려보고, 인더스타69를 사용하여 사진을 찍기도 하며 비슷한 느낌을 내보고는 했으나 뭔가 성이 차지 않았어요. 그러던 중 CineStill이라는 필름을 알게 되었고. 해당 필름을 누군가에게 선물받았습니다. 그리고 1년 전 쯤 고모에게 펜탁스의 PC35 AF-M을 받아둔게 있어서, 시네스틸을 해당 필카에 써보려 했으나...

펜탁스 PC35 AF-M.

 그런데 이게...작동을 안 하더라고요. 배터리실을 열어보니 누액 문제인거 같았습니다. 흥미로운건 을지로쪽에 펜탁스 공식 AS 센터가 있는데, 여기는 아직도 필카 수리를 해 줍니다. 이걸 기억해내고 센터를 가서 물어보니 9월 초까지 내부사정으로 인해 수리 접수를 받지 않는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홈페이지에는 해당 공지 없었는데. 해서 고민하다가 필카를 새로 사기로 결정. 저 필카가 사연이 좀 있는 물건이라 함부로 다룰 수가 없기도 하고.

캐논 A35 Datelux. 출처는 Canon Camera Museum.

 이후 며칠간 머리를 싸맸습니다. 입문자용 필카를 검색해서 후보를 몇개 뽑아본 뒤 중고나라 번개장터 당근마켓 필갤 등등을 뒤지면서 해당 기종들을 찾아봤는데...가격이 괜찮다 싶으면 관리 상태가 영 불안하고. 상태가 좋으면 가격이 비싸고. 그 가격도 수십만원씩 차이가 나니까 시세가 얼마인지도 모르겠고 사도 되는지 확신이 서지 않았네요. 샵 물건을 살까도 고민했는데 이건 진짜 너무 비싸서 포기. 결국 이베이에서 물건을 찾기로 했고, 배송비포함 $70정도의 매물을 하나 발견. 캐논의 A35 Datelux.

 거의 신품급이라 하고, 가격도 괜찮았습니다. AF가 되는것도 마음에 들었고 날짜도 입력할 수 있는데다가 똑딱이라 가볍게 쓸 수 있을 듯 싶었죠. 그렇게 구매 버튼을 누르려던 찰나 고민이 되기 시작했는데, 대략 4가지의 이유였습니다.

이 필름 덕분에 카메라 선택지가 확 줄어든 케이스.

1. 선물받은 필름은 CineStill 800T. 800의 감도가 필요해요. 그런데 A35의 감도는 400까지밖에 지원이 안 됩니다. 셔터스피드나 조리개를 한스탑 낮추면 되지만 해당 바디는 그런게 없어요. 알아서 노출값을 조정하기 때문. 필카가 처음인 저는 해당 카메라로 시네스틸을 사용 시 필름을 모조리 날려먹는다는 엔딩밖에 떠오르지 않더라고요.

2. 관리의 까다로움. A35는 AA건전지 하나랑 1.35V 수은전지 2개를 쓰는데 이 수은전지가 국내에 시판되는 1.35V랑은 조금 모양이 다릅니다. 따라서 A35를 제대로 쓰려면 아마존에서 6개에 3만원 한다는 그 수은전지를 사던가 국내 시판되는 1.35V 수은전지를 사서 어댑터를 끼워서 쓰거나 1.5V 수은전지를 써야 합니다. 첫번째는 가격이 말도안되게 비싸고, 두번째는 손이 많이 가며 세번째는 노출계값에 오차가 생기는데 어느쪽이든 편하지는 않죠. 더 편한 다른 바디 냅두고 굳이 고생할필요 없지 않겠어요?

렌즈교환식은 문제생기면 둘중 하나만 갈아끼워도 됩니다.

3. A35는 똑딱이에, 필카입니다. 그것도 77년도에 생산된. 이베이 판매자는 상태가 괜찮다 했는데 막상 받아보니 맛이 가 있을 수도 있는거 아닌가 싶었습니다. 똑딱이라 렌즈든 바디든 어디가 문제가 생기면 통째로 뜯어내야 하는데 효율이 영 좋지 않다는 생각이 스물스물 들었고, 렌즈교환식 카메라는 둘중 하나만 바꾸면 되니까. 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4. 렌즈. 40mm 1:2.8 렌즈가 들어가있는데 화각은 마음에 드나 조리개값이 영. 플래시가 내장되어있긴 하지만 매번 터트릴수도 없습니다. 저조도상황에서 필카쓸일이 얼마나 있겠냐 싶다만 그냥 처음부터 밝은 렌즈 쓰는게 정신건강에 이로울 듯 싶었어요.

펜탁스 MX. 필카 입문용으로 자주 언급되는 바디. 출처는 다나와.

 이런 긴 이유로 A35를 장바구니에서 빼버리고, 펜탁스 MX를 찾아봤습니다. 마침 번장에서 살짝의 찌그러짐이 있는 펜탁스 MX + 50mm F1.4 렌즈를 10만원에 팔고 있는게 괜찮다 싶어 거래약속을 잡으려던 와중 해당 판매자가 같이 팔고 있던 캐논 AE-1 + 캐논 FD 50mm F1.4 s.s.c에 눈이 돌아가 해당 매물로 변경하고 21일에 거래하기로 약속을 잡았습니다. 이게 20일 밤의 일이네요. 그렇게 21일이 됬고, 물건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캐논 AE-1. 딱 이 사진 조합대로 매물이 나왔었습니다. 출처는 Canon Camera Museum.

​ 현장에서 점검해보니 셔터이슈가 발생했습니다. 1~2초로 셔터를 설정해두면 셔터가 지정된 시간 후에 열려야하는데 너무 빨리 열리고,. 셀프타이머도 뭔가 이상했죠. 배터리를 바꿨는데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거래 파기를 결정. 1시간 걸려서 강남까지 왔는데 거래가 파기되는 허탈함이란. 그러면 그냥 처음 봤던 펜탁스 MX를 사야지 하고 말을 걸려던 찰나 판매자가 제안한 바디가 펜탁스 ME SUPER. 제안에 대해 고민을 하다가 실물을 보고 결정하기로 했고, 생각보다 마음에 들어 조금 저렴하게 업어올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보니 둘다 펜탁스. 의외의 결과.

 s.s.c 코팅 렌즈가 보케가 아름답게 나온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무게를 감수하고 AE-1을 사려 했던건데 아무리 그래도 멀쩡하지 않은 물건을 데려올 수는 없지 않겠어요? 그렇게 최종적으로는 미슈퍼를 데려왔습니다. 그렇게 실물을 받고 집에서 이것저것 조작해보니 AE-1 생각이 안 나는건 유머. 어차피 디자인보고 FM2나 AE-1 같은거 사려 한 거니 SLR 스타일이면 뭐든 좋았기 때문인데...미슈퍼의 장점이 AE-1보다 많기도 하고. 더불어 미슈퍼도 펜탁스꺼니까 을지로에서 수리받기 편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무튼 좋네요.

 

아래: PENTAX ME SUPER / 위: 후지필름 X-E4

 그리고 사람 감성 자극하는게 있어요. 필름 넣는것부터 해서 셔터 누를때마다 와인딩 레버 당겨야 하는 것. 셔터 누르면 미러쇼크 진동 진득하게 오면서 들리는 찰칵 소리. 리와인더 레버 돌리면 나는 필름 감기는 소리. 금속과 가죽이 손에 닿는 촉감 등…X-S10을 쓰면서도 진동이나 셔터음, 촉감 등은 느낄 수 있었으나 미슈퍼는 이러한 것들이 더 깊게 와닿는 것 같습니다.

 

코닥 울트라맥스를 사놓고싶긴 한데, 필름값이 장난이 아니라는게 체감이 됩니다. 한롤에 2만원씩 깨지니.

 결과물…은, 첫 필름을 시네스틸로 시작하기는 좀 부담스러워서 코닥 필름 골드 200을 사서 주말에 써 볼 예정에 있습니다.

 어느정도 필카가 손에 익으면, 좋은 날 시네스틸을 쓸 겁니다. 결과물을 상상하니 꽤 두근거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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