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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여봐요 동물의 숲 이야기.

화미레 2020. 6. 11. 15:27

침대좀 바꾸고 싶습니다.

 간절히 바라던 닌텐도 스위치(이하 스위치)를 구입하면서 같이 구입했던 타이틀은 '모여봐요 동물의 숲'이었습니다. 6월 7일에 게임을 시작했으니 오늘로서 딱 5일차네요. 하루에 2시간씩 이상씩 꾸준히 한 거 같아요.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이 게임에 대한 소감 및 개인적으로 얽힌 이야기를 가볍게 풀어보려 합니다.

 

한적한 오후.

 동물의 숲은 아직까지는 제가 생각하는 완벽한 이상향적인 게임이에요. 타 장르의 게임과 다르게 동물의 숲에서는 생존을 위해서 노력하지 않고 유유자적하게 지내도 됩니다. 여유가 넘치는 이 분위기가 너무 좋습니다. 좁지도 크지도 않은 섬을 그냥 돌아다니기만 해도 즐겁습니다. 그리고 뭔가 하고 싶으면, 그냥 하면 됩니다. 그리고 거기에는 성취감만 있을 뿐, 의무감이나 강제적인 요소는 전혀 없었습니다. 스킬 등도 없어서 하기 싫은 반복작업 안 해도 되고, 캐릭터의 피로도는 신경 안 쓰고 제 상태만 신경쓰면 되니 '캐릭터 에너지가 없다!' 하는 상황을 마주할 필요도 없어요. 

 

 이렇게 게임이 느긋해질 수 있게 된 것에는 리얼타임 요소도 있는 것 같습니다. 간혹 동물의 숲 대체제로 언급되는(언급된 글 링크) 스타듀 밸리 같은 경우 시간의 흐름이 동숲과 비교하면 엄청 빨라서 뭔가 빨리빨리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거든요. 하루가 순식간에 흘러가다보니 조금만 어버버해도 피에트는 상점 문을 닫아버리고, 물 주다보면 이미 정오가 되버리고, 봄은 한달짜리니까 농작물은 봄 끝나는 것을 계산해서 심어야 하고...생각보다 속도감있게 흘러가던 게임이었는데, 동물의 숲은 그냥 제 생활패턴에 맞게 플레이하면 되더라고요. 

 

동물의 숲은 취향에 맞는다면 요모조모 뜯어봐도 아쉬울게 없는 게임입니다.

 그리고 의무감이나 강제적인 요소가 없는 것도 마음에 들지만 그 디테일이 너무너무 마음에 듭니다. 낚시를 해서 물고기를 잡거나 곤충을 채집하면 경쾌한 효과음과 함께 손에 들고 자랑을 하는데, 이건 아무리 봐도 질리지를 않습니다. 너굴 작업대에서 DIY를 통해 뭘 만들때마다 주위에서 박수를 짝짝짝짝 쳐주는 것도 귀엽고, 부엉관장이 곤충을 보고 무서워할때 텍스트의 크기가 작아지거나 흐릿해지는 것, 농어를 잡으면 나오는 '농어를 잡았다! 안농 농어야!' 같은 사소한 것들 또한 정말 좋습니다. 

 

놀러오세요 동물의 숲은, 제 인생 최초의 동뭎의 숲이었습니다.

 이제부턴 개인적으로 얽힌 이야기. 10년 전 2010년 8월 7일 오후 8시 30분부터 익일 오전 3시 전북 정읍 어딘가에서 저는 '놀러오세요 동물의 숲'을 처음 접해보았습니다. 전 그날 동물의 숲 뿐만 아니라 닌텐도라는걸 처음 만져봤어요. 저 포함 3명이서 6시간 30분동안 네트워크 플레이를 하면서 열심히 게임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4시가 되자 모두 뻗어버렸고 이후 다시는 그 마을을 못 보게 되었지만요. 

 

 그런데 이 6시간 30분의 기억이 10년이 거의 다 된 지금도 남아있습니다. 엄청 추억보정이 붙고 미화가 된 상태로 말이죠. 그렇게 동물의 숲은 제 인생 최고의 게임으로 남아있었습니다. 당연히 제가 생각하는 동물의 숲은 갓겜 그 자체이며, 절 절대로 실망시키지 않을 거라는 근거 없는 기대감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10년만에 접한 모여봐요 동물의 숲은, 제 이러한 기대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게임이었습니다.

 

10년 전과 지금. 동물의 숲은 여전히 즐겁고 한가롭습니다.

 한편, 게임에 대한 선입견을 갖지 않기 위해 저는 '모여봐요 동물의 숲을 하기 전 까지는 절대 관련 커뮤니티에 들어가지 않겠다' 라고 다짐했는데 그건 올바른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게임 내 요소가 하나하나 다 더욱 새롭고 즐겁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하다보니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여자친구와 데이트도 자주 못 하고 있는데 동물의 숲에서라도 자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새록새록 듭니다. 그러려면 여차친구에게 닌텐도 스위치가 있어야 한다는 어려운 조건부터 해결해야 겠지만요.

 

 제 인생 최고의 게임이었던 동물의 숲은, 앞으로도 그 모습을 약간 달리하여 여전히 제 인생 최고의 게임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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